永远的片段
인디씬의 슈퍼스타 줄리아 하트 (Julia Hart)의 3년만의 새앨범 '영원의 단면' 리더인 바비정(ex. 언니네 이발관)을 비롯 김경탁(ex. 은희의 노을), 이원열(ex. 코스모스, 은희의 노을), 안태준(ex. 오! 브라더스) 등 인디씬 최강의 라인업으로 컴백한 줄리아 하트의 정규 2집 '영원의 단면'이 드디어 발매되었다. '오르골', '유성우' 등을 비롯 '문학선생님', 'Singalong' 등의 히트곡을 낳았던, 수줍은 소년의 첫 사랑 고백 '가벼운 숨결' 과 작년 가을 발매된 컴백 싱글 'Miss Chocolate' 으로 이미 국내 최고의 모던 록 밴드로 자리매김한 줄리아 하트의 신보는 틴에이지 팬클럽의 프랜시스가 참여한 타이틀 곡 '영원의 단면'을 비롯, 'Singalong'을 잇는 '2110' 등 줄리아 하트의 매력이 듬뿍 담긴 열 두곡을 담고 있으며, 라이너스의 담요의 히로인 연진이 참여해 곳곳에서 감미로운 코러스를 들려주고 있다. 이번 새 앨범은 여러분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영원의 한 순간'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 Introduction 2002년 데뷔 앨범 [가벼운 숨결]의 발매 직후 줄리아 하트는 메인 송라이터이자 리드보컬인 정바비(정대욱)의 군입대로 인해 활동다운 활동도 못해본 채 2년여의 휴식기간을 가져야 했습니다. 정바비의 휴가기간에 맞추어진 몇차례의 클럽 공연 외에는 그야말로 홍보도 전무한 상황에서 오직 서울 신촌의 조그만 음반가게 '향음악사'에서만 구할 수 있었던 [가벼운 숨결]의 여건은 인디 중에서도 상인디라고 해야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팬들의 성원과 입소문에 힘입어 초판이 매진되었고, 닥달에 못이겨 한참 늦게 찍어낸 재판 역시 한장도 남김없이 솔드아웃되어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멤버들이 갖고 있는 거라도 팔아라'는 눈물어린 협박을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재판에서는 향음악사 외에도 몇몇 샵들이 추가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메이져 배급망을 탄 전국배포와는 거리가 먼, '아는 사람들만 알아서 사가는' 스타일의 홍보와 배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관심은 은근하면서도 뜨거웠습니다. 줄곧 줄리아 하트의 음반이 팔리는 것을 누구보다도 명확히 지켜 보아온 향음악사의 사장님은 '신기하게도 하루에 한장은 꼭 누군가 사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1집에 수록된 "오르골", "유성우"가 영화 [후아유]의 OST에 삽입되고 "꿈열흘밤"이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의 예고편에 삽입되기는 했지만 새로운 곡의 발표는 2004년 정바비의 제대 후에야 가능했습니다. 새로운 드러머 안태준(전 오브라더스, 버스라이더 등)과 함께 작업한 싱글 앨범 [Miss Chocolate]은 2004년 9월에 발매되었습니다. [Miss Chocolate]은 특히 1집 앨범을 발매했던 롤리팝 뮤직과 결별하여 순수 줄리아 하트가 제작, 프로듀싱하였는데 이는 새앨범인 정규 2집 [영원의 단면]에서도 똑같이 이어졌습니다. 싱글 앨범을 자가 제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장장 6개월간의 곡작업 및 레코딩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영원의 단면]은 1집, 싱글과 마찬가지로 줄리아 하트의 초대 베이시스트이자 서양화과 졸업 후 현재 영국 유학 중인 강현선이 자켓 및 속지 그림들을 작업해 주었습니다. 이외에도 반년에 걸친 작업기간 동안 4명의 줄리아 하트 멤버 외에도 Francis McDonald(Teenage Fanclub, BMX Bandits), 왕연진(라이너스의 담요), 강정훈, 앤디 양(이상 Champions), 김경모(Especially When) 등의 뮤지션들이 보컬, 키보드 등의 세션으로 참여하였습니다. * [영원의 단면]에 관해.. 애초에 [여름과 꿈과 밤의 모든 매력], [매혹의 모든 단계] 등의 거창한 가제를 달고 있었던 줄리아 하트의 2집은 결국 [영원의 단면]이란 수록곡 제목을 따라 확정되었습니다. 러시아 소설가 이반 부닌의 단편 소설 [가벼운 숨결]에서 제목을 빌려온 1집 앨범에서도 속지에 동 소설의 한 구절을 인용한 바 있었습니다만, 이번 앨범 역시 카렐 차펙이라는 체코 작가의 소설의 한 구절이 삽입되어, 괜히 문학 작품을 인용하여 덩달아 앨범의 격을 높여보자는 얄팍한 수작의 전통을 잇게 되었습니다. 카렐 차펙의 작품 중에서도 [평범한 인생]이란 소설 의 한대목입니다. '영원을 잘라 시간의 조각으로 나누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세상에 영원을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지극히 행복한 한 순간, 그 영원함의 단면을 본 듯한 기분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그건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 키스를 하는 순간일 수도 있겠고, 기다렸던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희에겐 여러분이 줄리아 하트의 음악을 듣는 그 순간이 바로 '영원의 단면'이었으면 합니다. * 정바비의 수록곡 소개 및 촌평 1. 안아줘 [가벼운 숨결]에 수록된 곡들과 함께 옛날부터 가지고 있던 레퍼토리였습니다만, 2집 첫곡으로 넣기 위해 아껴놓았던 곡. 어떤 뮤지션은 1집도 안나왔는데 이미 맘 속으로는 정규 14집까지 내놓고 베스트 앨범 걱정에 박스셋 디자인까지 해놓는 경우가 있는데, 제가 다소 그런 편입니다. 이 곡은 처음 '서로 사랑을 할때...'란 멜로디가 만들어진 순간부터 2집 첫곡이었답니다. 2. 영원의 단면 예전에 브라이언 윌슨의 라이브 앨범을 들을 때의 일입니다. 한곡이 끝나고 난 다음 브라이언이 뜬금없이 관객들한테 훼이버릿 송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굿 바이브레이션스!!! 외치는데 브라이언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면서 '갓댐 잇!!!' 그러더니 이번에 부를 곡은 자기가 우주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이라고 장담을 합니다... 비치 보이스 팬이라면 이미 정답을 알겠지만 그 곡은 필 스펙터의 [Be My Baby]였습니다. 비 마 비 마 베비, 마 원 앤 온리 베비... 하지만 그건 보통 여느 비 마이 베이비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제 들어본 버젼 중에서는 가장 감동적인 비 마이 베이비였지요. 그곡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저는 '아, 브라이언 윌슨처럼 천하의 큰 형님도 반세기에 걸쳐 한분만을 모시는구나... 나도 비치 보이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꼭 한번 간증해야겠구나..'라고 다짐했습니다. 불지른 장작더미 위에서 십자가를 메고 작두를 타는 한이 있어도 자신있게 외칠 수 있는데 전 비치 보이스 앨범을 최소 215831479575번 이상 들었답니다. 이곡은 바로 그분의 증거하심입니다. ...또한 이곡에서는 Francis McDonald의 아름다운 리드보컬도 잠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3. 2110 1집 앨범의 [싱얼롱]이란 곡의 연장선 상에서 들어주시면 딱 알맞을 노래. 이곡과 [싱얼롱] 사이의 관계는 댐 양키스의 [하이 이너프]와 [웨어 유 고잉 나우], 게리 무어의 [스틸 갓 더 블루스]와 [파리지엔느 워커웨이], 블링크의 [베티]와 [키스 미]의 관계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싱얼롱]이 듣고 싶은데 1집 씨디를 옆집 개가 물어 갔다거나 싸운 친구한테 빌려줘서 들을 수 없을 경우에 [2110]을 대신 들으셔도 아무 탈이 없다는 얘기죠. 4. 가장 최근의 꿈 친구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한때는 자신과 꼭 맞는 특별한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고 하다가 막상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너무 힘들어하면서 이젠 그냥 평범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경우를 보곤 합니다...... 제 생각에는 평범한 일들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정말 좋은 만남이 아닐까 합니다. 무슨 결혼정보회사나 웨딩홀 광고 카피같지만요. 한편 이곡의 후렴에서는 도합 여섯명의 왕연진 양이 한꺼번에 등장하여 시럽 세스푼 받고 다섯 티스푼 더! 라고 웅변하는 듯한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5. 여름과 꿈과 밤의 모든 매력 곡을 만들다보면 발표할 시기를 놓쳐서 오래된 곡이 계속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곡은 무려 98년에 제가 언니네 이발관에 있을 때 만들어진 곡입니다. 당시에 [후일담] 앨범에 들어갔다면 류한길(데이트리퍼) 형의 테크노 반주와 석원형의 보컬로 들어갔겠구나..하는 생각을 혼자 해보기도 합니다. 6. 눈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원래 앨범을 서둘러 1,2월 쯤에 내려고 했는데 그때는 계절 분위기를 타고 이곡을 좀 밀어볼까도 생각했습니다. 눈사람을 열심히 만든 다음 톱으로 썰고 용접기로 녹이고 차로 치고 간다는 뮤직비디오도 구상해놓았었는데... 이곡의 3절가사는 '모든 헤비한 것은 선하다'는 원칙에 입각해서 씌여졌습니다. 7. 배드민턴 역시 라이브에서 오래전부터 했던 곡인데, 이번 앨범에서는 가사를 좀 바꿔보았습니다. 건물 옥상에서 투신하려 하는 아이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는 아이디어는 친구의 경험담을 토대로 다시 제가 구성한 것입니다. 이 노래의 주인공은 샤워도 하고 문도 잠그고 나올 정도로 여유롭지만 당시 그 친구는 전화받자마자 건물로 뛰어가서 뜯어말렸죠... 사실 그게 정석이겠구요. 건물 층수가 27층인데, 하고많은 층수 중에 왜 하필 27층이냐? 라고 물으신다면 일단 1층에서 3층까지는 곡의 취지에 어긋나서 제외되었고... 암튼 특정 아파트와 관련된 것은 아니고 저희와도 절친한 사이인 챔피언스의 '27층'이란 곡이 얼마나 최고인지를 길이길이 기려보자는 의도에서 선택된 층수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8. 88년의 여름 여자보다는 우표수집이 좋았고 술보다는 탐구생활 풀이에 열중하던 국민학교 3학년 시절을 돌이켜 만들었던 노래입니다. 당시엔 진짜 비행기가 날아갈때 손가락 사진기로 찍어놓으면 백장째에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한 40대 쯤 찍었을 무렵 우연히 김포공항에 갔다가 수십대가 나란히 늘어선 비행기들을 보고 나니 웬지 김이 새버려서 소원이고 뭐고 때려치운 에필로그가 있습니다. 한편, 88년의 추억담과는 무관하게 그냥 어떤 여자를 실컷 욕하고 싶을 때도 이 노래를 '팔'자 빼고 따라부르시면 되겠습니다. 9. 회전목마의 밤 이곡의 인트로에는 제가 너무도 감명깊게 본 영화 '니노치카'의 대사를 삽입해보았습니다. 'No one can happy without being punished. I would be punished and I should be punished' 라는 그레타 가르보의 대사인데 제가 쓴 가사와도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행복하면 벌받는다는 거죠. 특히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라고 느낄 정도라면 분명히 우리 인생이 나중에 착실히 정산해줄 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10. 마지막 담배 줄리아 하트의 초대 드러머이자 롤리팝 레이블의 사장님인 (서)준호형과 얘기를 하던 중 어떤 단편 소설의 내용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 남자가 한때 사귀던 여자를 찾아와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곤 몇달 혹은 몇년 간을 연락없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서 하룻밤을 보내곤 한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여자는 견디지 못해 자살을 하고 마는데... 물론 그 소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곡입니다. 11. 빗방울보 예전부터 송라이터로서 야심이 하나 있었다면 그것은 '비'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 비노래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대개 많은 비노래들이 '이렇게 비가 오면...' 내지는 '비가 내리고...' 이렇게 시작하잖아요. 개인적으로 그건 별로 멋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결혼식장에서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했지요. 정말 사랑한다면 최악의 상황에서 그 말을 할 수 있어야되지 않나.. 암튼 이건 아무래도 좋고. 직접적으로 비를 언급하지는 않되, 가사를 보면 누가 봐도 비에 관한 얘기인 줄 알 수 있고, 곡에는 빗소리가 끝없이 깔려 나오는 그런 노래... 코드 진행은 하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좋은 노래를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을때 기타를 잡고 평소 안치던 F키로 시작했습니다. 후렴이 나오는데는 2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만들어진 후렴을 약 5시간 동안 치면서 verse와 bridge 부분을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죽어도 나오질 않더군요. 결국 그 후로도 거의 한달여간을 이 곡의 나머지 부분을 만들려다 실패하는 일의 연속이었으니, 마침내 마음에 드는 멜로디가 나왔을때는 오히려 믿을 수가 없어서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음악의 신이 나를 아직 버리지 않았구나' 이런 미친 생각을 하면서, 입으론 새로 만든 멜로디를 계속 외우면서 기쁜 마음에 담배를 한대 피려고 창문을 열었습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를 장대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더군요. 12. 너의 손글씨 '안아줘'가 만들어진 순간부터 첫곡이었다면, 이 곡은 마지막곡이었다고 해야겠습니다. 긴 통화는 남의 전화로, 사랑고백은 너의 손글씨로... 13. Young & Stupid 나름대로 히든 트랙이랍시고 수록된 이곡에 대해 설명하자면 잠시 Francis McDonald라는 뮤지션에 대한 보충 설명이 필요합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섬세한 송라이터이자 못다루는 악기가 없는 프랜시스 맥도널드는 틴에이지 팬클럽과 BMX Bandits의 멤버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미 작년에 두차례 내한해서 멋진 공연을 선사한 바 있습니다. 그 중 연말에 자신의 솔로 프로젝트 'Nice Man'으로 공연했을 때는 줄리아 하트가 그의 백밴드 'Bad Boys' 역할을 해주기도 했었죠. 그 답례로 프랜시스는 [영원의 단면]에서의 게스트 리드 보컬을 해주었구요. 당시 보컬 녹음이 끝나고 잠시 시간이 남자 프랜시스는 어쿠스틱 기타를 메고 스튜디오에서 뭔가를 쳤고 저는 그 기타연주를 녹음했지요. 짤막한 그 연주가 끝나자 프랜시스는 '그냥 한번 만들어본건데, 연주곡으로 쓰든 보컬을 입히든 마음대로 하렴. 버려도 좋고-' 라고 했지요. 공짜인데 버렸을 리는 없고 어떻게 쓸까하고 곰곰히 생각하던 제게 이런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YOUNG & STUPID] 일전에 프랜시스와 술먹고 나눴던 얘기 중 'Nice Man 프로젝트를 도와주는 원래 멤버들은 프랜시스보다 훨씬 어린 동생들인데 어떻게 밴드를 하게 되었냐, 걔네는 불만이 없냐 물어보았을 때 프랜시스가 이렇게 대답했거든요. "They are young and stupid, you know, to make good songs and no money" 당시엔 아 프랜시스 너무하다 근데 너무 웃기다 그러고 웃고 말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줄리아 하트야 말로 스코틀랜드 친구들 이상으로 young & stupid란 칭호에 걸맞는 밴드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돈은 안되더라도 계속 좋은 노래를 만들, 어리고 멍청한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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